영화 속 이야기처럼 공룡을 되살릴 수 있다면 얼마나 신기할까요? 하지만 공룡 화석 에서 DNA 를 발견하는 것은 과학계의 오랜 숙원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어려운 과제 입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거대한 공룡의 뼈는 수백만 년을 견뎌 화석으로 남았지만, 생명의 핵심 정보가 담긴 DNA 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너무나 쉽게 손상되고 사라져 버리기 때문 입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함께 파헤쳐 보겠습니다.
생명의 설계도 DNA, 시간 앞에선 속수무책?
생명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경이로운 분자, 바로 DNA(Deoxyribonucleic acid) 죠! ^^ DNA는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작동시키는 모든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을 암호화한, 말 그대로 '생명의 설계도' 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모로부터 자녀에게 유전 정보가 전달 되는 것도 바로 이 DNA 덕분이고요. 마치 엄청나게 긴 사다리를 꼬아 놓은 듯한 이중나선(double helix) 구조 는 뉴클레오타이드(nucleotide) 라는 기본 단위가 수백만, 수천만 개 연결되어 만들어집니다.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사이토신(C) 이라는 네 종류의 염기가 특정 순서로 배열되면서 유전 정보를 저장 하는 방식이죠. 이 염기 서열 안에 생명 활동에 필요한 모든 비밀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놀랍지 않나요?!
DNA의 안정성과 복구 메커니즘
이렇게 중요한 DNA는 상당히 안정적인 분자 이기도 합니다. 그래야만 정확한 유전 정보를 다음 세대로 전달 하고, 생명 활동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이중나선 구조 자체가 외부 충격이나 화학 반응으로부터 내부의 염기 서열을 보호 하는 역할을 하고, 세포 내에는 손상된 DNA를 수리하는 정교한 복구 시스템 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와, 정말 철저하죠? :)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과연 DNA는 영원불멸할까요? 안타깝게도 대답은 '아니오' 입니다. ㅠㅠ 아무리 안정적인 분자라 할지라도, 거대한 '시간'이라는 힘 앞에서는 속수무책 일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DNA는 점차 분해되고 손상되는데요, 이는 여러 가지 화학적, 물리적 요인 때문 입니다.
시간에 따른 DNA 분해: 가수분해와 산화
가장 대표적인 DNA 분해 기작 중 하나는 바로 가수분해(hydrolysis) 입니다. 물 분자가 DNA의 화학 결합을 끊어버리는 반응 인데요, 우리 몸의 세포 안팎에는 물이 가득 차 있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과정입니다. 가수분해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DNA를 손상시킵니다.
- 탈퓨린화(Depurination): DNA 골격을 이루는 당(deoxyribose)과 퓨린 계열 염기(아데닌 A, 구아닌 G) 사이의 글리코사이드 결합이 끊어져 염기가 떨어져 나가는 현상입니다. 마치 벽돌담에서 벽돌 몇 개가 빠져나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죠? 이 결합은 생각보다 약해서, 체온과 비슷한 온도에서도 상당히 자주 일어난다 고 알려져 있습니다. 헉… 생각보다 쉽게 망가지네요?!
- 탈아미노화(Deamination): 염기에 붙어 있는 아미노기(-NH2)가 떨어져 나가면서 염기의 구조 자체가 변형되는 현상 입니다. 예를 들어, 사이토신(C)은 탈아미노화를 겪으면 우라실(U)로 변하게 됩니다. 우라실은 원래 RNA에만 존재하는 염기인데, DNA에 나타나면 오류를 유발할 수 있겠죠? 마치 설계도의 중요한 글자 하나가 다른 글자로 바뀌어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가수분해 외에도 산화(oxidation) 역시 DNA를 손상시키는 주요 원인입니다. 세포 호흡 과정에서 생성되는 활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 ROS) 이나 외부 환경의 방사선 등이 DNA 염기나 당 부분을 공격하여 변형시키거나 결합을 끊어버릴 수 있습니다. 마치 쇠붙이가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 녹스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 것 같네요.
이러한 화학적 손상 외에도, DNA 가닥 자체가 물리적으로 끊어지는 단편화(fragmentation) 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생합니다. 긴 DNA 사슬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짧은 조각들로 부서지는 것 이죠.
DNA 분해 속도와 반감기
그렇다면 DNA는 얼마나 빠르게 분해될까요? 과학자들은 DNA의 안정성을 측정하기 위해 '반감기(half-life)' 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반감기란 특정 조건에서 분자의 절반이 분해되거나 변형되는 데 걸리는 시간 을 의미하는데요, DNA의 경우 어떤 화학 결합을 기준으로 하느냐, 그리고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반감기가 크게 달라집니다.
2012년에 발표된 한 연구 결과는 매우 흥미로운 수치를 제시합니다. 섭씨 13.1도의 비교적 서늘하고 안정적인 환경에 보존된 뼈 속 DNA의 경우, 뉴클레오타이드 사이를 연결하는 인산다이에스터 결합(phosphodiester bond)의 반감기가 약 521년 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521년이 지나면 DNA 가닥 내 연결고리의 절반이 끊어진다 는 뜻입니다! 또 521년(총 1042년)이 지나면 남은 연결고리의 절반이 또 끊어져 원래의 1/4만 남게 되고요.
자, 그럼 계산을 한번 해볼까요? 공룡이 멸종한 것은 약 6,600만 년 전입니다. 521년의 반감기를 적용하면… 와;;; 숫자가 너무 커서 계산하기조차 어렵네요! 😅 간단히 말해, 6,600만 년이라는 시간 동안 DNA는 수없이 많은 반감기를 거치면서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분해되어 버린다 는 결론에 이릅니다. 설령 아주 짧은 DNA 조각이 기적적으로 남아있다 하더라도, 탈퓨린화나 탈아미노화 같은 화학적 변형 때문에 원래의 염기 서열 정보를 읽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물론 이 521년이라는 반감기는 온도나 습도, 산성도, 미생물 활동 등 주변 환경 요인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온도가 높거나 습기가 많고 미생물 활동이 활발한 환경이라면 DNA 분해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지겠죠! 하지만 핵심은, 설령 가장 이상적인 조건이라 할지라도 수백만 년, 수천만 년이라는 아득한 시간 앞에서는 생명의 설계도 DNA 역시 그 구조를 온전히 유지하기 어렵다 는 사실입니다. 시간은 정말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네요…!!
화석이 되는 과정과 DNA 보존의 어려움
공룡 뼈 화석을 보면, 마치 단단하게 굳어진 뼈 그 자체 처럼 보이죠? 하지만 놀랍게도 이건 원래의 뼈 성분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말 그대로 '돌' 이 된 거랍니다! 😮 생물이 죽어서 화석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정말 길고 험난하며, 이 과정 자체가 DNA 보존에는 매우 불리하게 작용 해요.
화석화의 첫 번째 조건: 빠른 매몰
우선, 생물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다른 동물에게 먹히거나 미생물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죠. 화석이 되려면 정말 운이 좋아야 합니다! ^^ 첫 번째 조건은 바로 '빠른 매몰' 이에요. 죽은 생물의 사체가 썩거나 흩어지기 전에 진흙, 모래, 화산재 같은 퇴적물에 신속하게 덮여야 외부 환경과 차단 될 수 있거든요. 특히 산소가 없는 환경(혐기성 환경, anaerobic condition) 이라면 부패 속도를 훨씬 늦출 수 있어서 유리하죠.
화석화의 핵심: 광물질과 지하수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에요! 진짜 화석화 과정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땅속에 묻힌 사체 위로는 계속해서 퇴적물이 쌓이고, 엄청난 압력을 받게 됩니다. 동시에 지하수가 스며들기 시작하는데요, 이 지하수에는 다양한 광물질(minerals)이 녹아 있어요. 바로 이 **광물질이 녹아있는 지하수**가 화석화의 핵심 열쇠 랍니다! 🔑
뼈의 광물 치환 과정
뼈나 이빨 같은 단단한 조직은 상대적으로 오래 남아있을 수 있지만, 이 역시 유기물(주로 콜라겐 단백질)과 무기물(인산칼슘 등)로 이루어져 있죠. 시간이 흐르면서 지하수가 뼈의 미세한 구멍이나 틈새로 스며들어요. 이때, 지하수에 녹아 있던 ** 규산염(silicate), 탄산염(carbonate), 황화철(iron sulfide) 같은 광물질 **이 침전되면서 원래 뼈 성분이 있던 자리를 채우거나( Permineralization, 광물 충진 작용 ), 아예 기존의 뼈 성분을 녹여내고 그 자리를 새로운 광물질로 대체해버립니다( Replacement, 치환 작용 ). 이 과정은 아주 서서히, 수백만 년에서 수천만 년에 걸쳐 일어나요.
화석의 본질
자, 이제 감이 오시나요? 화석이란 결국 ** '원래 생물의 형태를 유지한 채 광물질로 바뀐 암석' **인 셈이에요. 뼈의 구조는 기가 막히게 보존될 수 있지만, 그 성분은 더 이상 원래의 유기물이 아닌 거죠.
그렇다면 DNA는 어떨까요? 여기서부터 진짜 문제가 시작됩니다. 😭
DNA 보존의 어려움 1: 초기 분해
1. **초기 분해의 속도:** DNA는 생각보다 훨씬 연약한 분자 입니다. 생물이 죽는 순간, 세포 내부에 있던 ** 자가분해 효소(autolytic enzymes) **들이 활동을 시작하며 세포와 DNA를 스스로 파괴하기 시작해요. 동시에 외부의 박테리아나 곰팡이 같은 ** 미생물 **들이 달려들어 유기물을 경쟁적으로 분해하죠. 빠른 매몰이 이루어진다 해도, 이런 초기 분해 과정을 완전히 막기는 거의 불가능 에 가깝습니다. 화석화 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DNA는 이미 심각하게 손상되거나 조각나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 이에요. 으악!
DNA 보존의 어려움 2: 물에 의한 손상
2. **물의 치명적인 역할:** 화석화에 필수적인 지하수! 하지만 이 물이 DNA에게는 독약과 같아요. 물 분자(H₂O)는 DNA 사슬의 **인산다이에스터 결합(phosphodiester bond)**이나 염기와 당을 연결하는 **N-글리코사이드 결합(N-glycosidic bond)**을 끊어버리는 **가수분해(hydrolysis)** 반응 을 일으킵니다. 즉, 물에 오래 노출될수록 DNA는 더 잘게 부서지고 망가지는 거죠. 뼈가 광물로 치환되는 수백만 년 동안 지하수에 계속 노출된다고 생각해보세요... DNA가 온전히 남아있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죠? 😥
DNA 보존의 어려움 3: 광물질과의 반응
3. **광물질과의 화학 반응:** 뼈를 단단한 화석으로 만들어주는 바로 그 광물질들! 얘네들도 문제입니다. 광물질 이온들은 DNA 분자에 달라붙거나 화학 반응을 일으켜 DNA 구조를 변형시키고 손상을 더욱 가속화 할 수 있어요. 특히 철(Fe) 이온 같은 경우는 DNA 산화 손상(oxidative damage)을 유발하는 촉매 역할 을 하기도 합니다. 화석이 되는 과정 자체가 DNA에게는 덫과 같은 셈 이죠. ?!
DNA 보존의 어려움 4: 지질학적 시간과 환경 요인
4. **지질학적 시간과 환경:** 수백만 년, 길게는 수억 년이라는 시간 동안 화석은 땅속 깊은 곳에서 엄청난 변화를 겪습니다. 지각 변동으로 인한 ** 높은 압력과 온도 **는 DNA 분자 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분해를 촉진해요. 특히 온도는 DNA 분해 속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10°C 상승할 때마다 화학 반응 속도는 2~4배 빨라진다고 알려져 있는데, 땅속 깊은 곳의 지열은 DNA에게 가혹한 환경이죠. 또한, 주변 암석에서 방출되는 ** 자연 방사선 ** 역시 오랜 시간에 걸쳐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키거나 결합을 끊어버릴 수 있습니다. 지하수의 ** pH 변화 ** 또한 DNA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고요.
결론: 화석 속 DNA 복원의 한계
이런 복합적인 이유들 때문에, 일반적인 퇴적암 속에서 발견되는 공룡 화석에서 의미 있는 길이의 DNA 염기서열을 찾아내는 것은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 하다고 여겨집니다. 뼈의 형태는 남아있을지 몰라도, 그 안에 담겨있던 생명의 설계 정보는 기나긴 시간과 화석화 과정을 거치면서 거의 완벽하게 지워져 버린 것 이죠. 😢 호박 속 곤충이나 영구동토층 매머드처럼 아주 예외적인 보존 환경 이 아닌 이상, 화석은 DNA에게 너무나 가혹한 무덤인 셈입니다.
세포의 죽음, DNA 분해의 시작
생명체가 살아 숨 쉬는 동안, 세포는 정말 놀랍도록 정교한 시스템을 통해 생명 활동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겠죠? ^^ 생명체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이 정교했던 시스템은 멈추고, 세포 내부에서는 마치 봉인이 풀린 듯 파괴적인 과정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 시점부터 DNA 분해가 본격적으로 시작 되는 것이죠!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드라마틱하게 진행 된답니다.
세포 내 시한폭탄: 리소좀
살아있는 세포 안에는 ' 리소좀(Lysosome) '이라는 작은 주머니들이 있습니다. 이 리소좀 안에는 단백질, 핵산(바로 DNA와 RNA!), 지질 등 세포 내의 각종 물질을 분해할 수 있는 강력한 가수분해 효소 들이 가득 들어있어요. 평소에는 세포가 이 효소들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통제 하지만, 세포가 죽으면 상황은 180도 달라집니다!
판도라의 상자: 자가분해
세포가 죽으면 세포막의 기능이 상실되고 내부 구조가 망가지기 시작 하는데요, 이때 리소좀 역시 파괴 되면서 그 안에 갇혀 있던 온갖 분해 효소들이 세포질 전체로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이 현상을 ' 자가분해(Autolysis) '라고 부릅니다. 스스로를 분해하기 시작 하는 거죠.
DNA 공격수: DNase 효소
이때 DNA에게는 정말 치명적인 효소들이 풀려나오는데요, 바로 ' 뉴클레아제(Nuclease) ', 그중에서도 DNA를 전문적으로 공격하는 ' 디옥시리보뉴클레아제(Deoxyribonuclease, DNase) '입니다! 이 DNase 효소들은 DNA 가닥을 이루는 중요한 연결고리인 인산다이에스터 결합(phosphodiester bond)을 마구잡이로 끊어버립니다. 마치 잘 짜인 설계도를 가위로 마구 잘라버리는 것과 같아요. ㅠㅠ
멈출 수 없는 분해의 시작
이 자가분해 과정은 생명체가 죽은 직후, 정말 '즉시' 시작 됩니다. 외부 요인이 개입하기도 전에 세포 내부에서부터 스스로 무너지기 시작 하는 거예요. 얼마나 빠르냐고요? 주변 환경 조건, 특히 온도에 따라 다르지만, 따뜻한 환경에서는 불과 몇 시간 만에도 상당한 수준의 DNA 분해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죠?!
외부의 침입자: 미생물과 부패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닙니다. 세포 내부의 자가분해 효소만으로도 DNA는 이미 심각한 손상을 입기 시작하지만, 외부의 침입자들까지 가세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 됩니다. 생명체가 죽으면 면역 시스템도 함께 멈추기 때문에 , 공기 중이나 주변 환경에 있던 수많은 미생물, 특히 박테리아와 곰팡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사체로 몰려듭니다. :)
이 미생물들은 사체를 영양분 삼아 폭발적으로 증식하면서 자신들이 가진 강력한 분해 효소들을 마구 분비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DNA를 분해하는 뉴클레아제도 포함 되어 있죠. 미생물들은 사체의 조직을 분해하며 에너지를 얻고, 이 과정에서 남아있는 DNA는 더욱더 빠른 속도로 잘게 조각나고 파괴 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 부패(Decomposition) '라고 부르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환경 요인과 DNA 분해 속도
온도와 습도가 높은 환경 일수록 미생물의 활동은 왕성해지고, DNA 분해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집니다. 예를 들어, 따뜻하고 습한 열대우림 환경에 놓인 사체는 불과 며칠 만에 DNA가 거의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분해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차갑고 건조하거나, 산소가 부족한 환경 (예: 영구동토층, 깊은 늪지대)에서는 자가분해와 미생물 분해 속도가 현저히 느려져서 DNA가 상대적으로 더 오래 보존될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 상대적'인 이야기 일 뿐, 분해 자체가 멈추는 것은 아니랍니다.
DNA 파괴의 최종 결과
결국, 생명체가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되는 세포 내부의 자가분해와 외부 미생물에 의한 부패라는 두 가지 강력한 요인이 협공 하여 DNA를 끊임없이 공격하고 파괴 하는 것입니다. 수백만 년은커녕, 불과 며칠, 몇 주 만에도 DNA는 원래의 긴 가닥 형태를 잃고 수많은 짧은 조각으로 분해 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화학적으로 완전히 변형 되어 원래의 염기 서열 정보를 알아볼 수 없게 되기도 하고요. 으… 생각만 해도 DNA에게는 너무 가혹한 환경이죠?!
이처럼 세포의 죽음과 동시에 시작되는 즉각적이고 빠른 DNA 분해 과정 은, 우리가 공룡과 같은 고대 생물의 DNA를 온전한 형태로 발견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 가 됩니다. 시간이 더 흐르기도 전에, 이미 DNA는 심각하게 손상되기 시작 하니까요!
수백만 년이라는 시간의 거대한 장벽
앞선 과정들을 거쳐 DNA가 극적으로 살아남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와, 정말 기적 같은 일이죠!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제 DNA는 마지막이자 가장 넘기 힘든 관문, 바로 '시간'이라는 거대한 장벽 과 마주해야 합니다. 수백만 년, 아니 수천만 년이라는 세월 은 우리가 상상하기조차 힘든 길고 긴 시간인데요, 이 시간 동안 DNA는 과연 온전할 수 있을까요?!
DNA의 반감기와 안정성
과학자들은 DNA의 안정성을 연구하면서 ' 반감기(half-life) '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어떤 물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죠. 2012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뼈와 같은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에서도 DNA 분자 내의 화학 결합이 절반으로 끊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 즉 DNA의 반감기는 약 521년으로 추정 됩니다. 어? 생각보다 긴데요?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조건 , 예를 들어 섭씨 13.1도 정도의 비교적 서늘하고 안정된 환경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온도가 10도 상승할 때마다 화학 반응 속도는 보통 2~3배 빨라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룡들이 살았던 중생대(Mesozoic Era)의 따뜻하고 습한 환경에서는 DNA 분해 속도가 훨씬 빨랐을 것 으로 추정됩니다. 아마 반감기가 수십 년, 혹은 그 이하로 뚝 떨어졌을 수도 있어요!
수백만 년 후 DNA 잔존량 예측
자, 그럼 계산을 한번 해볼까요? :) 가장 마지막 공룡들이 멸종한 것이 약 6600만 년 전 입니다. DNA 반감기를 아주 후하게 쳐서 521년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521년이 지나면 원래 DNA 양의 절반(1/2)이 남습니다. 또 521년이 지나면 그 절반의 절반, 즉 1/4만 남게 되죠.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10번의 반감기(약 5210년)가 지나면 원래 DNA 양의 약 1/1024 (2의 10제곱 분의 1)만 남게 됩니다. 감이 잘 안 오시죠? ^^;;
그럼 6600만 년은 어떨까요? 6600만 년은 521년이라는 반감기가 무려 약 126,680번이나 반복되는 시간 입니다! 와… 정말 어마어마하죠?!! 이론적으로 계산해보면, 이 시간이 흐른 뒤 남아있는 DNA 가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 합니다. 수학적으로는 0에 수렴하는 수준 이죠. 150만 년 정도만 지나도 DNA는 너무 잘게 분해되어 현재 기술로는 유의미한 유전 정보를 얻기 힘들다 는 것이 학계의 중론입니다. 실제로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DNA는 약 100만 년 전 매머드의 것 으로, 이 역시 영구동토층이라는 매우 특별하고 추운 환경 덕분에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공룡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이고, 환경 조건도 훨씬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시간에 따른 DNA 손상의 화학적 원인
왜 이렇게 DNA는 시간 앞에서 속수무책일까요? DNA는 기본적으로 화학 물질 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 환경의 물 분자와 반응하는 가수분해(hydrolysis) , 산소와 반응하는 산화(oxidation) , 그리고 자연 방사선 등에 의해 끊임없이 손상 됩니다. 특히 DNA의 구성 요소인 염기(base)가 떨어져 나가는 탈퓨린화(depurination) 나 염기의 화학 구조가 변하는 탈아미노화(deamination) 같은 화학적 변화는 DNA 정보를 영구적으로 손상 시키죠. 이런 화학적 변화는 온도가 높거나 물이 많은 환경에서 훨씬 빠르게 일어납니다 . 수백만 년, 수천만 년이라는 시간은 이런 미세한 손상들이 누적되고 또 누적되어 DNA 분자 전체를 완전히 분해시키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 인 셈입니다. ㅠㅠ
화석과 DNA 보존의 한계
아무리 단단한 뼈나 이빨 화석이 발견된다고 해도, 그건 원래의 생체 조직이 광물로 치환되어 돌처럼 변한 결과물 입니다. 뼈의 '모양'은 남아있지만, 뼈를 구성했던 유기물, 특히 DNA처럼 복잡하고 불안정한 분자 는 그 기나긴 시간 동안 화학적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것이죠. 마치 모래사장에 새겨진 발자국이 파도에 씻겨 사라지듯, 시간이라는 거대한 파도는 DNA라는 생명의 기록을 지워버리는 것 입니다.
결론: 넘을 수 없는 시간의 벽
결론적으로, 세포 사멸과 미생물 분해, 화석화 과정의 혹독한 화학적 변화를 어찌어찌 견뎌낸 DNA가 있다 하더라도, 수백만 년에서 수천만 년에 이르는 시간의 벽은 현재로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장애물 로 작용합니다. DNA의 화학적 불안정성과 반감기를 고려할 때, 중생대 공룡의 DNA가 현재까지 남아있을 가능성은 과학적으로 거의 없다 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영화 <쥬라기 공원>처럼 호박 속 모기에서 공룡 DNA를 추출하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상상이지만, 현실의 과학은 아직 그 상상을 따라잡기에는 갈 길이 너무나도 멀어 보이네요 ~?
결론적으로 공룡 화석 에서 DNA를 찾는 여정은 수많은 장애물 과 마주합니다. 생명의 정보가 담긴 DNA 라 할지라도 시간의 흐름과 혹독한 화석화 과정 을 견뎌내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 세포의 사멸과 함께 시작되는 분해 , 그리고 수백만 년이라는 아득한 시간 은 DNA가 온전히 보존될 가능성 을 희박하게 만들죠 . 이처럼 거대한 시간의 벽 앞에서, 공룡 DNA의 비밀 은 여전히 과학이 풀어야 할 흥미로운 숙제 로 남아 있습니다.